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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

26. 몽골의 침략과 강화도로의 천도

1. 고려 제23대 왕, 고종의 즉위와 시대적 배경

고려 제23대 왕인 고종(高宗, 1192~1259)은 고려 역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에 즉위한 군주였다. 그는 희종(熙宗)의 뒤를 이어 1213년에 왕위에 올랐지만, 그의 통치는 실질적으로 최 씨 정권의 강한 영향력 아래 이루어졌다. 특히 최충헌(崔忠獻)과 그의 아들 최우(崔瑀)가 권력을 장악한 채 고려의 정치를 좌우했기 때문에, 고종은 왕권이 극도로 약화한 상태에서 왕좌에 올랐다. 당시 고려는 내부적으로 문벌 귀족 사회의 붕괴와 무신정권의 강압적인 통치가 이어지고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몽골 제국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고종은 명목상의 왕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으며, 왕권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려는 이미 1170년 무신정변 이후 무신들이 실권을 잡고 있었고, 고종이 즉위했을 때도 이러한 체제가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최우는 무신정권을 더욱 강화하며 국정을 운영했고, 왕은 상징적인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2. 몽골의 침략과 강화도로의 천도

고종 재위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몽골의 침략이었다. 몽골은 13세기 초부터 동아시아 전역을 정복하기 위해 시작했으며, 고려 역시 그들의 침공을 피할 수 없었다. 1231년, 몽골군은 살리타인(撒禮塔)가 이끄는 대군을 보내 고려를 침공했다. 당시 최우는 몽골과의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강화도로의 천도를 결정했다. 1232년, 최우의 주도 아래 고려 조정은 수도 개경을 버리고 강화도로 천도하였으며, 이후 1270년까지 무려 39년 동안 고려의 조정은 강화도에서 유지되었다. 강화도는 자연적으로 방어에 유리한 지형이었기 때문에 몽골군의 대규모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나 강화도 천도 이후에도 몽골의 공격은 계속되었고, 고려는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몽골군은 육로를 통해 개경과 한반도 내륙을 초토화했으며, 백성들은 전쟁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다. 특히 몽골군이 고려의 주요 도시들을 약탈하고 불태우면서 고려의 경제와 문화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도 고려는 쉽게 항복하지 않았으며, 대몽 항쟁을 계속 이어 나갔다.

3. 고려의 대몽 항쟁과 팔만대장경 조성

고종시기의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은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조성이다. 고려는 몽골의 침략에 맞서 장기간 저항하면서도 불교적 신앙을 통해 국난 극복을 기원했다. 이에 따라 고려 조정은 1236년부터 팔만대장경의 조판을 시작하여 1251년에 완성하였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의 불교 신앙과 민족적 단결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고려는 몽골과의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불교를 통한 정신적 결속을 강화하고자 했으며, 팔만대장경을 조성함으로써 불법(佛法)의 힘으로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팔만대장경은 8만여 개의 목판으로 구성된 방대한 불교 경전으로, 현재까지도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대장경은 고려인의 높은 인내심과 장인 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후대에도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몽골의 압박 속에서도 고려가 끝까지 저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정신적 결속과 민족적 자긍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려는 단순한 군사적 저항뿐만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대응을 통해 외세에 맞서 싸운 것이다.

몽골의 침략과 강화도로의 천도

4. 고종의 말년과 고려의 변화

고종은 1259년, 몽골과의 오랜 전쟁 끝에 결국 항복을 결정하였다. 몽골의 끊임없는 침략과 고려 내부의 피폐화로 인해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려는 몽골과 화친을 맺고, 이후 원나라(元)와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종은 몽골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병을 얻어 그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이후 고려는 몽골의 간섭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었고, 결국 1270년 원종(元宗) 대에 이르러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환도하게 되었다. 고종의 재위 기간은 몽골과 끊임없는 전쟁과 국가적 혼란으로 점철된 시기였지만, 그런데도 고려는 끝까지 저항하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려 했다. 그의 시대는 고려의 역사에서 험난한 시기 중 하나였으며, 이후 고려는 원나라의 간섭을 받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고종의 통치는 강력한 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지만, 고려의 대몽 항쟁과 팔만대장경 조성 같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던 시기로 평가된다. 그의 재위는 고려가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문화적 자긍심을 지키려 했던 시기였으며, 이러한 노력은 고려가 이후에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